요즘 부쩍 다리 부종이 심해져 발가락까지 탱글탱글 부어올라 고생하고 있네요.
이 드넓은 한국 땅 어딘가에서 나의 글을 읽고 있는 아기 가진 당신은 좀 어떤가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잠깐의 외출도 망설여지고 조심스러워지는 때인데
매일 아침 남편 출근하고 나면 혼자 먹는 점심이 외로워 엄마집에 '스르륵' 흘러들어가는 길도 부담되고
아가 걱정도 되지만 끼니는 거르지 못하겠고 집에서 혼자 1인분 밥을 차려 먹자니 애매하고
두마음, 아니 세마음, 네마음이 드는 나는 비정상일까요?
복복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게 내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
새삼 아가의 존재가 실감나고
임신이 믿겨지지 않다가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혼자 피식 웃음이 나오고
그제서야 문득 '아, 내가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지..' 싶어
가슴 설레이고 벅차오르네요.
사실 저희 부부는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젼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아가를 맞이했어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 새해가 밝아왔던 1월.
예상하지도 못했던 그런 일들이 저희 부부 앞에 촤악- 펼쳐졌죠.
그렇게 정신없이 두달 만에 결혼준비를 마치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국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하객과 가족,친구들의 축복속에서 저희는 복복이와 셋이 버진로드를 행진하여
새로운 삶의 여정으로 손잡고 한걸음 내딛었어요.
2년이 넘는 연애기간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어떨결에 엄마가 된 저는 아가가 생겼다는 기쁨과 설레임보다
불안함과 막막함, 초조함, 죄책감 등등..
누구나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면 대충 어림짐작이 될 법한 감정들을
모조리 느끼며 아기와 조금씩 마음을 맞추는 연습을 했죠.
누군가는 정죄하는 말들이나 마음들,
누군가는 새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새로운 가정을 위한 축복을 주었죠.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저희가 겪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생명은 사람이 함부로 결정해서 끊어내서는 안되는 너무나 고귀하고 신비롭고 특별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면 (그게 남자와 여자의 사랑, 아가를 향한 사랑, 나를 향한 사랑이든지 간에)
모든 것들은 다 내가 이겨낼 만큼의 시련일뿐이라는 걸..
제발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한 생명을 낳고 책임을 지고 키운다는건
둘이서든 혼자서든 힘든 일이죠.
음. 저는 혼자서라도 낳아 키울 각오가 분명 내 안에 강하게 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편의 어떠함이 저의 결정에 큰 영향은 없었어요.
같이 만들었지만 아가는 분명 내 몸 속에서 자라고 있으니까요.
22주가 되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저희 아들 복복이는 어제처럼
제 뱃속에서 아주 힘차게 발길질을 하며 놀고 있어요.
어제 보다 발차기에 더 힘이 생긴 걸 보면
분명 아가는 혼자서 열심히 크고 있고
젖먹을 힘을 다하는 연습을 하는 중일거에요.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우리 아들은 혼자서 무럭무럭 자라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매순간 하고 있는거겠죠?
용기를 내어 아기를 지켜내고 가정을 이루고 부족한 것 많은 작은 시작이라도
열심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저희에게는 포근한 새 복음자리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이런저런 변화들이 생기고 있네요.
아가는 6개월, 우리 결혼은 3개월차.
정말 1월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일들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환난중에도 감사함. 고통중에도 감사함을 찾는 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값진 은혜이고 장점이라는 거에요.
그래서 전 오늘도 저녁상을 치우고 바나나 우유를 한모금씩 마시며 탱탱 부어 뻐근한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남편은 컴퓨터를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이 마냥 행복해요.
엄마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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